전월세 계약

이사 나갈 때 원상복구 범위, 못 자국은 누가 부담하나

GILNUN 2026. 10. 18. 08:24

이사 나가는 날, 집주인이 벽을 둘러보더니 도배비를 빼겠다고 합니다.

못자국 몇 개, 냉장고 뒤쪽 변색, 햇볕에 바랜 벽지. 이게 다 내 책임일까요?

법원의 답은 아니오에 가깝습니다. 통상적으로 살면서 생긴 흔적은 임차인이 복구할 의무가 없습니다.

어디까지가 내 몫이고 어디부터가 집주인 몫인지, 판례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세 줄 요약

통상적으로 살면서 생긴 흔적은 임대인이 부담합니다.

계약서에 원상복구 문구가 있어도 추상적이면 효력이 제한됩니다.

복구 비용이 적으면 보증금 전액을 묶어둘 수 없습니다.

원상회복이 무슨 뜻인가

법원은 이렇게 봅니다. 사회 통념상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했다면, 처음보다 상태가 나빠져도 그대로 반환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통상의 손모는 임대인 부담입니다

살면서 자연히 닳고 낡는 부분을 통상의 손모라고 합니다. 임대차계약의 본질상 당연히 예정된 것이라 임차인에게 귀책이 없습니다.

그 가치 감소분은 이미 월세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특약이 없는 한 임대인이 부담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100279).

기준은 내가 들어왔을 때입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차받았을 때의 상태로 반환하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번원 90다카12035).

전 세입자가 설치하거나 개조한 부분까지 내가 복구할 의무는 없습니다. 입주할 때 사진을 남겨두면 이 기준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

분쟁 가이드라인과 판례에서 통상의 손모로 보는 예시입니다.

· 벽에 걸어둔 달력이나 액자의 흔적

· 액자를 걸면서 생긴 압정이나 핀 자국

· 벽의 못자국 (도배를 전부 바꿔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 냉장고나 TV 뒷면의 벽이 검게 변색된 것

· 에어컨 설치로 생긴 나사못 자국

· 카펫에 가구를 놓았던 자국

· 햇볕으로 인한 벽지나 마루의 변색

공통점이 보이실 겁니다. 그냥 살면 생기는 것들입니다.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고요.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

반대로 부주의나 과실로 생긴 손상은 임차인 몫입니다.

· 바퀴 달린 의자로 생긴 마루바닥의 홈과 자국

· 담배 연기로 인한 벽지 변색과 냄새

· 반려동물이 긁거나 훼손한 부분

· 결로를 방치해서 생긴 곰팡이

· 임의로 설치한 시설물

기준은 자연적 마모나 감가상각의 정도를 넘어섰는지입니다. 법원이 쓰는 표현입니다.

전액이 아니라 잔존가치만

임차인이 부담하는 경우에도 새것으로 바꾸는 비용 전액을 내는 게 아닙니다.

법원은 경과연수를 반영한 잔존가치로 계산합니다. 5년 쓴 벽지를 망가뜨렸다고 새 벽지값을 다 물어내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적혀 있으면 끝인가

대부분의 계약서에 원상복구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적혀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다르게 봅니다.

추상적인 문구로는 부족합니다

통상의 손모까지 임차인에게 부담시키려면, 그 범위가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분명하지 않다면 임대인이 말로 설명하고 임차인이 명확히 인식했어야 합니다.

실제 판결에서 "파손될 경우 원상복구하기로 한다"는 정도의 문구만으로는 그런 특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242519).

계약서에 한 줄 적혀 있으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한 줄이 무엇을 포함하는지가 따로 다퉈지는 문제라는 걸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계약할 때 범위를 명확히 적어두는 게 서로에게 낫습니다. 다만 이미 계약하셨고 문구가 모호하다면, 그것만으로 포기하실 이유는 없다는 뜻입니다.

보증금을 안 준다면

원상회복 의무와 보증금 반환 의무는 원칙적으로 동시이행 관계입니다. 복구를 안 하면 보증금을 안 줘도 된다는 뜻이죠.

다만 여기에 제한이 있습니다.

복구 비용이 적으면 전액을 묶을 수 없습니다

동시이행 항변권은 공평의 관념에서 인정되는 것입니다. 몇십만 원짜리 복구를 이유로 수억 원의 보증금을 전부 묶어두는 건 공평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이런 경우 임대인이 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거부할 수 없다고 봅니다.

지연 손해도 무한정이 아닙니다

복구가 늦어졌다고 그 기간 내내 월세를 공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스스로 원상회복을 할 수 있었던 기간까지의 임대료 상당액만 인정합니다. 실제로 복구를 마친 날까지가 아닙니다(대번원 90다카12035) .

그래도 현실적으로는 입주할 때 사진을 남겨두는 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법리를 아무리 알아도 "원래 그랬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으면 다투기 어렵거든요. 이삿짐 들어오기 전에 10분만 쓰면 됩니다. 벽, 바닥, 창틀, 싱크대, 화장실을 한 바퀴 찍어두세요.

정리

· 통상적으로 살면서 생긴 흔적은 임대인이 부담합니다.

· 못자국, 변색, 가구 자국은 대체로 여기 해당합니다.

· 부주의로 생긴 손상은 임차인 몫이지만, 잔존가치만 계산합니다.

· 기준은 내가 들어왔을 때의 상태입니다.

· 추상적인 원상복구 문구만으로는 통상의 손모까지 떠넘길 수 없습니다.

· 입주 당일에 집 상태를 사진으로 남겨두세요.

이사 들어가는 날 10분이면 됩니다. 나가는 날 수십만 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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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100279,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가단242519, 대법원 90다카12035 등의 판시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개별 사안의 판단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분쟁이 생기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